Won Apple A Day

중국 - 광저우 여행 : 구이린(계림) 2 ~ 광저우 본문

아시아여행/중국

중국 - 광저우 여행 : 구이린(계림) 2 ~ 광저우

wonappleaday 2025. 1. 29. 12:21
반응형

계림을 떠나는 날 아침 눈이 제법 일찍 떠졌다. 눈을 떠보니 어제 세탁기에 돌린 세탁물에 얼룩덜룩하게 변해있었다. 내 남색 바지에서 물이 빠진듯했다. 새로 산 옷도 아니고 갑자기 이렇게 빠질수가 있나 정말 의아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셔츠들은 줄무늬 혹은 그나마 색이 있는편이었어서 표시가 잘 안났는데 언니가 같이 빤 흰 티셔츠와 바람막이들은 버릴수밖에 없었다(언니 미안해~). 언니는 이른 새벽에 눈을 떠서 새벽 산책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눈을 뜨자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하고 나갔다. 나도 나만의 시간이 조금 필요했었어서 산책 나갈 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양수오에서는 대기질이 나빠서 해가 뜨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구이린에서는 대기질이 조금 더 좋기도 했고 날씨도 화창한 날씨로 예보가 되어있었어서 동트는 모습을 보길 기대하면서 어제 봤던 일월쌍탑쪽으로 향했다. 

 

동트기 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차도 많이 없었다. 해가 뜨는 시간전에 호숫가에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걸었다. 

 

 

길거리에 있던 싱크대. 왜 있던 걸까? 궁금해하면서 걸었다. 

 

 

날이 점점 밝아져 오면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동트는 시간은 약 5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도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럴수가! 길을 잘못들어 다른 방향으로 걸어왔던 것이 아닌가! 길치는 어쩔수가 없다보다... 5분안까지 걸어가기는 도저히 무리이기도 했고 혹시 혼자 길을 찾아가다 또 헤맬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다시 돌아가는 시간만 15분 넘게 걸렸다...) 

 

이왕 느리게 숙소로 돌아가는길 거리를 조금 더 찬찬히 구경하면서 걸어가기로 했다. 급하게 걸어가느라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출도 좋기는 하지만 역시 나는 골목구경이 더 적성에 맞는듯 하다. 

 

숙소 바로 앞 담장을 지나가는데 계속 구구구구 하는 소리가 나서 뭔가 하고 올려다 보았더니 글쎄 비둘기장이 있었다. 중국인들이 작은 새들을 키우는 것은 익히 알고도 있었고 보기도 많이 봤지만 비둘기를 키우는 모습은 처음으로 보는것이라 신기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아직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어서 기다릴까하다가 그냥 조식을 먹으러 먼저 갔다. 식당은 숙소의 맨 꼭대기 층이었고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었어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밥을 먹을 생각으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식 죽(congee)를 떠와서 먹으려고 하는데 저 하늘에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는것이 보였다. 해가 진즉 떴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일출' 장면을 따스한 곳에서 편하게 보게 된것이다. 기쁘기도 하고 뭔가 축복받은 느낌이 들어서 기념으로 떠오르는 해와 창에 비친 내 모습을 찍어봤다. 

 

조식을 먹고 있다보니 언니가 돌아와서 같이 오전시간을 즐겼다. 광저우로 떠나기 전 어제 야시장에서 봤던 차와 기념품 몇가지를 구매하기 위해 잠시 나왔다. 야시장이 열린 거리를 가다 공원에서 사람 구경도 하고 구이린에서 유명한 상비산도 구경을 했다. 상비산을 구경하기위해 들어간 공원은 공짜였지만 어플로 여권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어서 어쩔줄 몰라했었지만 새벽에 잠깐 공원 구경을 하러 갔던 언니가 여권 실물을 보여주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들어갔다. 

 

원래 상비산 공원도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이라고 했지만 아침 일찍 갔었어서 그런지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내가 점찍어두었던 차가게가 늦게까지 문을 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제 잠실 들려서 구경을 하고 갔던 다른 차 가게로 향했다. 오전 10시면 문을 연다고 했지만 열지를 않아서(알고보니 가게 문 옆에 주차되어있던 오토바이 위에서 열심히 화장을 하고 계시던 여자분이 직원분이었다) 근처를 다시 한바퀴쯤 돌고오니 문을 열었어서 직원분이 추천해주시는 차 몇개와 구이린쪽에서만 생산을 한다는 육보차를 구매했다. 

 

숙소에 돌아와 집을 바리바리 챙겨서 구이린북역으로 왔다. 혹시나 역을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것을 대비해서 일찍 도착을 했는데 사람수가 적어서 보호대를 일찍 들어가버렸다. 남은 시간동안 우리는 어제 사두고 못 마신 맥주를 마시기로헀다. 기차역 대기실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맥주와 과자 한봉지를 꺼냈다. 중국에서는 맥주를 병채로 마시는 것이 흔치 않은지 양수오에서부터 우리가 병나발을 불때마다 사람들이 쳐다봐서 신경이 쓰였는데, 이쯤되니 이제는 쳐다보던 말던 병채 꿀꺽꿀꺽 마셨다. 맥주 500을 한병씩 마시고 감자과자 한봉지를 먹고나니 슬슬 플랫폼에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기차에 올라타서 오늘 당장 묵을 숙소를 검색했다. 광저우가 큰도시이기도 하고 도시구경도하고 공항으로 가는 시간을 고려해 중심가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으로 찾기로 했다. 또한 도심으로 들어오니 확실히 숙소비가 양수오나 계림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졌다. 지하철 노선도 많고 캐리어를 끌고 환승을 하기에는 무리인듯해서 공항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하지만 야경을 볼 수 있는 중심가에서는 20분 정도 떨어진 적당한 곳 여러군데 숙소를 점찍어두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우리는 적당한 숙소를 찾는데 성공했다. 

 

숙소를 예약하고 편한 마음으로 남은 마지막 맥주와 어제 먹다 싸온 가지튀김과 꿔바로우를 맛있게 먹었다. 역시 튀김은 식어도 맛있다! (중국여행중 편했던 것 한가지는 아무곳에서나 음식을 먹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는것이다. 맥주를 밖에서 사와서 식당안에서 먹어도, 음식을 싸서 공공장소에서 먹어도 괜찮았고 실제 현지인들도 음식을 바리바리 포장해와서 밖에서 먹는 모습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오자 해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얻은 숙소는 물가에 대비해 굉장히 싼 가격에 얻었는데 보니 한 건물의 한층을 모두 싹 빌려서 호스텔 같은 호텔로 개조를 한 곳이었다. 똑같은 색의 복도와 문, 통일성 없는 룸넘버를 제외하고는 머물기 나쁘지 않았다. 냉장고는 없었지만 매일 물과 음료를 채워주었는데 우리는 탄산음료를 잘 마시지 않았아서(맥주를 제외하고는) 첫날 그대로 쭉 갔던 것 같다.  

 

처음 우리 방을 찾는데 너무 헷갈렸다. 복도가 동일하게 생겨서 미로처럼 느껴졌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광저우에 왔으니 딤섬을 먹으러 가야지! 채비를 단단히 하고 도심으로 한 가운데를 향해 나갔다. 딤섬집은 여기 저기에 많았지만 식사시간에는 기본 20-30팀씩 대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저녁시간이 되기전에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갔지만 막상 도심에 도착하니 딱! 저녁을 먹을 시간이어서 딤섬집은 물론 다른곳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우리는 대기인원이 적은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섰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얼른 쇼핑몰 근처에 있는 은기창펀으로 향했다. 은기창펀은 체인점이지만 창펀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곳이었어서 발걸음을 재빠르게 옮겼다. 다행히 은기창펀에는 대기가 없었지만 자리는 꽉 차있었어서 잠시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보니 사람들이 빈 자리가 나는대로 들어가 앉는 것이었다. 대기표 없이 자리가 나면 합석을 하는 분위기라 눈치를 보고있다가 테이블이 하나 비는데로 밀고 들어가 언니랑 자리를 잡았다. 외부음식/음료를 식당안에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어서 우리는 창펀과 볶은면을 하나씩 시키고 근처에서 맥주를 2캔 사왔다. 기다리는 시간은 어느정도 있긴 했지만 옆에서 창펀과 죽(죽을 시켜먹는 사람들이 많았다)을 호로록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니 금방 지나간듯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우리도 와구와구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느끼한 음식을 잘 먹는 편인데 왠지 모르게 이곳의 새우창펀은 조금 느끼해서 잘 못먹었다. 

 

배를 채우고 나와 중국의 북적이는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마침 대불사가 근처에 있다고 해서 구경을 하러 나갔다. 거리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과 오토바이들이 있었는데 이리저리 뒤엉켜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저 멀리서 보고 마치 재난영화속에서 나오는 한 장면을 본것같아 소름이 돋았다. 

 

 

이정도의 인파는 정말 새발의 피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나중에는 사람들에 치이고 거리를 밝히는 현란한 네온싸인 때문에 눈이 핑핑 돌았다. 

 

마침 길거리에 데어리퀸이 있길래 언니랑 디저트로 데어리퀸을 하나씩 들고 대불사로 향했다. 블로그에서 본것으로는 광저우는 미식여행에 적합하고 볼거리는 별로 없다고 읽었는데 거리에 즐비한 상점도, 길거리 음식점들도, 요상한 관광품들을 파는 기념품숍들도 구경하는데 꽤 재미가 있었다.

 

별로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던 대불사는 예뻤다. 

 

옥과 돌로 깎아 만든 불화들은 밤에 보니 색이 은은해서 더 예뻤다. 우리가 갔을때 한 스님께서 큰 징을 두들기고 계셔서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렸었다. 덕분에 수월하게 탱화/불화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밖에서 사진을 찍어본 모습이다. 형형색으로 밝힌 다른 곳들의 조명과는 달리 여기는 주광색으로만 은은하게 밝혀진 불빛이 절과 불상, 탱화들을 돋보이게 했다. 

 

마구 뒤엉켜 자란 나무가 마치 좁은 지옥에 같인 사람들의 형상들 같았다(나의 상상이 너무 멀리 갔나? 하는생각도들었지만 언니도 그럴듯하다고 해줬다 )

 

 

 

대웅전에는 작은 불상들이 큰 보살을 호위하는 듯이 가지런히 놓여있는데 장관이었다. 

 

 

대불사를 구경하고 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거리의 인파와 꽉 막혀있는 도로를 보고서는 도보가 힘들지만 훨씬 빠르게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우리는 숙소로 걸어가기로 했다. 문 닫은 상점들도 구경하고 걸어가다 내 눈을 사로잡은 차가게에 들어가 싼 여행요 다도세트를 하나 구매하고 또 걷다보니 금방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제서야 다리가 팅팅 부운것이 눈에 들어왔다.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니 저절로 하품이 나왔다. 하루의 마무리는 구이린에서 구매한 특산 차(작은 감귤안에 보이차를 넣어 숙성시킨 차였다)를 우려서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반응형